베이즈 추정 시리즈 부록: 더 깊이 읽기
3부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통해 베이즈의 관점에서 본 세상과, 그 냉혹한 법칙성 안에서 '안 될 놈'의 생존 전략까지 모두 다뤘다. 하지만 베이즈 추정은 단순한 연애 기술이 아니라, 불확실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강력한 사고 도구다. 본편에서 다루지 못한, 하지만 꼭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을 부록으로 정리했다.
1. 내 매력(사전 확률)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본문에서는 ‘매력남 90%’, ‘비호감남 1%’라는 주어진 값을 사용했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자신의 사전 확률을 모른다. 이때 베이즈 추정은 ‘경험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설명해준다.
- 무정보 사전 확률 (Uninformative Prior): 내가 매력남인지 비호감남인지 전혀 모르겠다면, 50%라는 반반의 확률에서 시작하면 된다. 이후 겪게 되는 수많은 피드백(증거)을 통해 이 50%는 점차 나만의 진짜 확률로 수렴해간다.
- 자존감과 베이즈: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99%의 강한 사전 확률을 가진다. 웬만한 거절(부정적 증거)에도 믿음이 꺾이지 않는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으면 아주 작은 부정적 신호에도 내 확률을 바닥으로 깎아버린다.
열린 마음이란?
통계적으로 ‘열린 마음’은 사전 확률을 0이나 1로 고정하지 않는 것이다. 0이나 1이 되는 순간, 어떤 강력한 우도(증거)를 곱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독단).
2. 의미 있는 신호와 소음 구분하기
모든 증거가 내 확률을 업데이트해주지는 않는다. 증거의 가치는 우도비(Likelihood Ratio)에 달려 있다.
- 쓸모없는 증거 (우도비 $\approx$ 1): “그녀가 내 인사에 답했다”는 증거는 어떨까? 나를 좋아해도 인사할 것이고(99%), 싫어해도 예의상 할 것이다(98%). \(99\% \div 98\% \approx 1.01\) 우도비가 1에 가깝다면, 내 확률에는 거의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런 것을 ‘소음(Noise)’이라 부른다.
- 희귀한 증거 (고성능 탐침): 평소에 무뚝뚝한 사람이 나에게만 선물을 줬다면? 이 행동은 호감이 없을 때 일어날 확률이 극히 낮다. 분모가 작아질수록 우도비는 폭발하며, 내 확률을 단숨에 끌어올린다.
3. 우리가 흔히 범하는 두 가지 오류
A. 기저율 무시의 오류 (Base Rate Fallacy)
1부에서 다룬 핵심 내용이다. 많은 사람이 ‘눈맞춤’이라는 단서(우도)에만 매몰되어, 자신의 ‘기본 매력(사전 확률)’을 무시한다. 2.9%의 현실을 60%로 오해하는 비극은 바로 이 사전 확률을 잊었을 때 발생한다.
B.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베이즈 추정은 합리적이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비합리적일 수 있다. 내가 믿고 싶은 증거(그녀가 웃었다)만 우도비에 곱하고, 믿기 싫은 증거(그녀가 내 전화를 안 받는다)는 계산에서 빼버린다면? 그것은 업데이트가 아니라 자위일 뿐이다.
4. 탐색(Explore)과 활용(Exploit)
3부에서 우리는 승률 60%의 대상을 찾아냈다. 이제 여기서 멈춰야 할까?
- 활용(Exploit): 지금 찾은 60%의 상대에게 모든 자원을 투여해 관계를 맺는다.
- 탐색(Explore): 세상 어딘가에 있을 90%의 상대를 찾아 다시 시추(Probing)를 떠난다.
이것은 인생의 영원한 숙제다. 연애뿐 아니라 직업,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베이지안의 삶이란, 현재의 확실한 수익(활용)과 미래의 더 큰 가능성(탐색)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는 과정이다.
마무리하며
3부작에 걸쳐 ‘눈맞춤’이라는 사소한 비유로 베이즈 추정을 풀어보았다.
결국 베이즈 추정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하나다. “과거의 데이터에 겸손하되(사전 확률), 새로운 증거에는 유연하라(업데이트).”
내가 ‘안 될 놈’임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그 제약 조건 속에서 최적의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지능적인 전략이다. 막연한 희망 고문보다는 냉정하게 계산된 1%의 가능성이 우리를 더 멀리 데려다줄 것이라 믿는다.
베이즈 추정 3부작 리스트
1부: ‘될 놈 될’의 수학적 증명
2부: ‘안 될 놈’을 위한 생존 전략
3부: 믿음의 계단과 결정적 한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