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즈 추정 3부: 사전확률 업데이트와 결정적 한 방
3부에서는 베이즈 추정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사전 확률의 업데이트'**를 통해, 0.5%와 2.9%의 차이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승률 자체를 높여가는 지능적인 전략**을 다뤄본다.
1부와 2부의 결론은 씁쓸했다. ‘될 놈 될’은 수학적으로도 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3부에서는 베이즈 추정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사전 확률의 업데이트’를 통해, 0.5%와 2.9%의 차이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승률 자체를 높여가는 지능적인 전략을 다뤄본다.
1. 믿음의 계단 쌓기: 사전확률의 연속적 업데이트
지난 글의 전략은 ‘눈을 맞춘’ 102명에게 똑같은 확률(2.9%)을 부여하고 무작정 도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상호작용은 단판 승부가 아니다. 상대의 반응을 보고 자신의 믿음을 계속 수정해나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베이즈 추정의 정수, ‘사전확률의 업데이트’다.
비호감남의 여정은 1%의 사전확률에서 시작한다. 그가 용기를 내어 한 여성과 눈을 맞췄다고 치자.
1차 업데이트 (첫 눈맞춤)
지난 글에서 계산했듯, ‘눈맞춤’이라는 첫 증거를 얻는 순간, 그 여성에 대한 그의 성공 확률(사전확률)은 1%에서 2.9%로 업데이트된다. 이제 이 2.9%가 그 여성에 대한 그의 ‘새로운 믿음’이 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가 다시 한번 눈맞춤을 시도했고, 그녀가 또 피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2차 업데이트 (두 번째 눈맞춤)
이제 그의 시작점은 2.9%다. 이 새로운 사전확률에 ‘두 번째 눈맞춤’이라는 증거를 다시 적용한다.
\[\frac{0.029 \times 0.6}{(0.029 \times 0.6) + (0.971 \times 0.2)} \approx \mathbf{8.3\%}\]성공 확률은 8.3%로 껑충 뛰어오른다. 벌써부터 유의미한 변화다. 만약 세 번째 눈맞춤마저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3차 업데이트 (세 번째 눈맞춤)
이제 8.3%라는 사전확률에서 다시 한번 계산한다.
\[\frac{0.083 \times 0.6}{(0.083 \times 0.6) + (0.917 \times 0.2)} \approx \mathbf{21.4\%}\]세 번의 눈맞춤이 성공하는 순간, 성공 확률은 무려 21.4%까지 치솟는다. 1%에서 시작했던 ‘안 될 놈’이, 단 몇 번의 상호작용만으로 ‘어쩌면 될지도 모를 놈’의 영역에 진입한 것이다.
2. 행복회로를 방지하는 현실적 계산법
다만, 위의 21.4%라는 숫자는 가슴 뛰는 결과지만, 여기에는 냉철한 베이즈 추정가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함정이 있다. 바로 사건의 ‘독립성(Independence)’ 문제다.
앞선 계산은 주사위를 굴리듯 매번의 눈맞춤이 서로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독립 사건이라고 가정했다. 하지만 현실의 인간관계는 다르다. 첫 번째 눈을 맞춘 사람이 단지 ‘원래 사람 눈을 빤히 쳐다보는 습관’이 있어서, 혹은 ‘대화가 끊겨서 어색하니 그냥 쳐다본 것’이라서 두 번째, 세 번째도 쳐다봤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계적으로는 사건 간의 종속성(Dependency)이라고 한다.
매번 복잡한 분수 식을 계산하는 건 머리 아픈 일이다. 여기서 베이즈 추정의 숏컷인 ‘우도비’ 개념을 알면 이 문제를 훨씬 직관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계산이 쉬워지는 마법: 우도비(Likelihood Ratio)와 오즈(Odds)
복잡한 확률 공식 대신 ‘비율(Odds)’로 생각하면 계산이 암산 수준으로 쉬워진다. 단, 확률을 오즈로 바꾸는 과정을 생략하면 계산이 틀리니 주의해야 한다.
- 우도비 (증거의 위력): “호감이 있을 때($H$)”와 “없을 때($H^c$)” 행동의 비율이다.
- 호감 있을 때 눈 맞춤: 60%
- 호감 없을 때 눈 맞춤: 20%
- 우도비 = $60 \div 20 = \mathbf{3}$ (내 승산을 3배 튀겨주는 아이템)
- 오즈 (승산) 변환하기: 확률($P$)과 오즈($O$)는 다르다. 오즈는 성공 확률 $\div$ 실패 확률이다.
- 현재 확률 2.9% ($0.029$)
- 실패 확률 97.1% ($0.971$)
- 현재 오즈($O_{old}$) = $0.029 \div 0.971 \approx \mathbf{0.03}$
- 간편 계산식: \(\text{새로운 오즈} = \text{기존 오즈} \times \text{우도비}\)
[검산: 위에서 구한 8.3%와 똑같이 나올까?] 복잡한 분수 식으로 구했던 2차 업데이트(8.3%)를 이 공식으로 검산해 보자.
- 기존 오즈: 0.03
- 우도비: 3
- 새로운 오즈: $0.03 \times 3 = \mathbf{0.09}$
- 확률 변환: $0.09 \div (1 + 0.09) \approx \mathbf{8.3\%}$
어떤가? 위에서 복잡하게 계산한 8.3%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즉, 복잡한 식 대신 “오즈를 구해서 우도비를 곱한다”는 단순한 원리만 기억하면 된다.
3. 감가상각 모델 적용하기
검산을 통해 ‘곱하기’의 위력을 확인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습관적으로 아이컨택을 하는 사람에게 우도비(3배)를 기계적으로 계속 곱하는 것은 자신의 매력을 27배나 뻥튀기하는 ‘행복 회로’일 뿐이다.
따라서 ‘안 될 놈’의 생존 전략은 더 보수적이어야 한다. 반복된 행동일수록 증거의 가치(우도비)를 낮춰서 계산하는 ‘감가상각 모델’을 적용해보자.
- 1차 눈맞춤: 우도비 3 (새롭고 강력한 신호)
- 2차 눈맞춤: 우도비 2 (첫 번째의 연장선일 수 있으므로 하향 조정)
- 3차 눈맞춤: 우도비 1.5 (단순 반복 가능성 고려, 더 보수적으로)
이 보정된 우도비를 적용하여 성공 가능성(오즈, Odds)을 다시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시작 오즈: $1/99$ (약 0.0101)
- 보수적 업데이트: $0.0101 \times 3 \times 2 \times 1.5 \approx \mathbf{0.0909}$
- 최종 확률 환산: $0.0909 \div (1 + 0.0909) \approx \mathbf{8.3\%}$
확률이 21.4%에서 8.3%로 내려앉았다. 실망스러운가? 그렇지 않다. 1%에서 시작해 8.3%까지 올랐다는 건 여전히 8배 이상의 의미 있는 상승이다. 무엇보다 이 8.3%는 거품이 빠진, 노이즈가 제거된 ‘견고한 확률’이다. 21.4%라는 들뜬 숫자에 취해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 이 단단한 8.3%를 베이스캠프 삼아 다음 단계인 ‘결정적 한 방’을 준비하는 것이 훨씬 지능적인 전략이다.
4. 결정적 한 방: 고성능 탐침(Probe) 찌르기
8.3%는 의미 있는 숫자지만, 여전히 실패 확률이 90%가 넘는다. 여기서 멈추면 호미질만 하다 끝난다. 이제는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꿀 강력한 탐침을 찔러 넣어야 할 때다.
앞서 예를 들었던 ‘썰렁한 농담’ 카드를 꺼내보자. 이 행동은 리스크가 있지만 판별력(우도비)이 엄청나다.
- 호감이 있으면: 80% 확률로 웃어준다.
- 호감이 없으면: 5% 확률로만 웃어준다.
- 우도비 = $80 \div 5 = \mathbf{16}$
이 16배짜리 증폭기는 눈맞춤(3배)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것을 8.3%의 확률(오즈 0.0909)에 적용해 보자.
시나리오 A: 그녀가 웃었다
\(\text{새로운 오즈} = 0.0909 \times 16 \approx \mathbf{1.45}\) \(\text{최종 확률} = 1.45 \div (1 + 1.45) \approx \mathbf{59.2\%}\)
확률이 8.3%에서 60% 육박하는 수준으로 폭발한다. 이제는 ‘안 될 놈’이 아니다. 동전 던지기보다 높은 승률을 확보했다. 이 시점에서는 100번의 찔러보기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한 번의 데이트 신청이 수학적으로 정당화된다.
시나리오 B: 그녀가 정색했다
반대로 그녀가 웃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이 정적의 순간에도 베이즈는 냉정하게 작동한다. 우리는 ‘웃지 않음’이라는 부정적 증거가 가진 무게(우도비)를 계산해야 한다.
- 호감이 있는데 안 웃어줄 확률: $1 - 0.8 = 0.2 \ (20\%)$
- 호감이 없어서 안 웃어줄 확률: $1 - 0.05 = 0.95 \ (95\%)$
즉, 안 웃었을 때의 우도비는 이 두 확률의 비율인 약 0.21이 된다.
\[\text{부정 증거의 우도비} = \frac{0.2 (\text{호감 시 안 웃음})}{0.95 (\text{비호감 시 안 웃음})} \approx \mathbf{0.21}\]이제 8.3%의 확률(오즈 0.0909)에 이 ‘정색의 무게’를 곱해보자.
\[0.0909(\text{기존 오즈}) \times 0.21(\text{부정 우도비}) \approx \mathbf{0.019}\]이를 다시 확률로 환산($0.019 \div 1.019$)하면 결과는 약 1.865%다.
확률은 다시 1%대로 추락한다. 세 번의 눈맞춤으로 공들여 쌓아온 ‘믿음의 계단’이 고성능 탐침 한 번에 가루가 된 것이다. 하지만 좌절할 필요 없다. 우리는 단 몇 번의 저비용 탐색(눈맞춤)과 단 한 번의 고비용 탐색(농담)으로 “이곳은 유전이 아니다”라는 확실한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100번을 더 찔러보며 낭비했을 시간을 아꼈으니, 이것은 ‘성공적인 손절’이다.
요약 및 결론
- 계단 쌓기: 눈맞춤 같은 가벼운 신호로 확률을 야금야금 올린다. 단, 반복될수록 가치가 떨어짐(감가상각)을 명심하라.
- 결정적 한 방: 어느 정도 확률이 다져지면(8%~), 판별력이 높은 탐침(농담, 부탁 등)을 찔러라.
- Go or Stop: 탐침의 결과에 따라 올인하거나, 미련 없이 떠나라.
‘안 될 놈’의 생존 방식은 맹목적인 처절함이 아니다. 102명에게 얕고 넓게 들이대는 것보다, 연속된 긍정 신호를 보내는 소수의 사람에게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이것은 더 이상 ‘호미질’이 아니다. 가능성 있는 광맥을 발견하고 더 깊이 파고드는 ‘지능적인 탐사’의 시작이다.
베이즈 시리즈 목록
- 1부: ‘될 놈 될’의 수학적 증명
- 2부: ‘안 될 놈’을 위한 베이즈적 생존 전략
- 3부: 믿음의 계단과 결정적 한 방
본편은 여기까지다. 다음편은 부록으로 베이즈 추정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추가적인 개념들을 소개하고, 베이즈 추정을 적용할 때 빠지기 쉬운 실수에 대해 다루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