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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즈 추정 2부: '안 될 놈'을 위한 생존 전략

'될 놈 될'의 냉혹한 세상 이치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포기하기 싫은 '안 될 놈'이 시도할 수 있는 전략. 베이즈 추정과 큰 수의 법칙을 활용해 그나마 시행착오를 줄이고 확률을 올리는 알고리즘.

베이즈 추정 2부: '안 될 놈'을 위한 생존 전략

1부의 결론은 씁쓸했다. ‘될 놈 될’은 수학적으로도 참이었다. 뒷맛이 개운치 않아 수습이 필요해졌고 이 글을 남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안 될 놈(비호감남)’은 이 냉혹한 확률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선택지는 세 가지다.

  1. 포기: 대다수가 가는 길이다. 편하다.
  2. 진화: 실력이나 외모를 가꿔서 사전 확률(매력) 자체를 높인다. (가장 정석적이지만 오래 걸린다.)
  3. 공략: 수학적 틈새를 파고들어 될 때까지 시도한다.

이 글은 바로 3번에 대한 이야기다. 숙명적으로 ‘될 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처절한 수학적 솔루션이다.


1. 2.9% vs 0.5% :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안다

1부의 데이터를 다시 가져와 보자. ‘안 될 놈’이 여성과 대화할 때 겪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다.

  • 상황 A: 눈이 마주친 경우 (전체의 20.4%)
  • 상황 B: 눈을 피하는 경우 (전체의 79.6%)

1부에서 계산했듯, 상황 A(눈맞춤)에서 상대가 나를 좋아할 확률은 2.9%였다. 그렇다면 상황 B(눈 피함)에서는 어떨까?

구분눈을 피함 ($E^c$)
호감 있음 ($H$)$0.01 \times 0.4 = \mathbf{0.004}$
호감 없음 ($H^c$)$0.99 \times 0.8 = \mathbf{0.792}$
0.796

눈을 피한 상황에서 호감이 있을 확률($P(H|E^c)$)은 $0.004 \div 0.796 \approx \mathbf{0.5\%}$다.

전략적 판단의 근거

상황발생 빈도성공 확률비고
눈 맞춤 (A)20.4%2.9%그나마 해볼 만함
눈 피함 (B)79.6%0.5%시간 낭비

2.9%와 0.5%. 둘 다 도토리 키 재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비율로 따지면 약 6배 차이다. 투자 대비 수익률(ROI) 관점에서 보면, 눈을 피하는 79.6%의 상황에 시간을 쏟는 것은 미친 짓이다. 안 될 놈의 전략은 여기서 시작된다.

전략 1: 전체의 80%에 달하는 ‘가망 없는 상황’은 과감히 버린다. 오직 신호가 온 20%에만 자원을 집중한다.




2. ‘안 될 놈’의 무기: 큰 수의 법칙

안 될 놈이 500번의 탐색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중 20.4%인 약 102번은 눈이 마주치는 ‘긍정적 신호’ 구간에 들어온다.

이 102번의 기회 동안 성공 확률은 각각 2.9%다. 실패 확률은 97.1%. 하지만 이 102번을 모두 시도한다면, 적어도 한 번이라도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1 - (\text{계속 실패할 확률})^{102}\) \(1 - (0.971)^{102} \approx \mathbf{95.2\%}\)

놀랍게도 95.2%다. ‘안 될 놈’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될 놈’보다 훨씬 끈질기고 처절한 시행 횟수가 필요하다. 남들이 보기에 “주제도 모르고 들이댄다”고 비웃을지라도, 수학은 말한다. “100번 찍으면 95% 확률로 넘어간다”고.

단, 전제 조건이 있다. 승률이 0.5%인 곳(눈 피함)이 아니라, 2.9%인 곳(눈 맞춤)을 골라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0.5%인 곳을 100번 찍어봤자 성공 확률은 40%도 안 된다.




3. 한 우물을 파지 마라: 유전 탐사 전략

흔히 “한 우물을 깊게 파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실력과 매력을 갖춘 ‘될 놈’이 더 완벽해지기 위해 쓰는 전략이다.
‘안 될 놈’의 전략은 이와 다르다. 안될 놈은 유전(Petroleum)을 찾아 헤매는 탐사팀이 되어야 한다.

될 놈 (Deep Dive): 수맥이 흐르는 땅 위에 서 있다. 깊게 파면 무조건 물이 나온다.

안 될 놈 (Exploration): 어디에 석유가 있는지 모른다. 석유가 없는 맨땅(가능성 0.5%)을 아무리 깊게 파봤자 흙먼지만 날릴 뿐이다.

안 될 놈이 해야 할 노력은 한 곳을 깊게 파는 ‘집착’이 아니라, 석유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며 ‘시추(Probing)’를 하는 것이다.


탐침을 꽂아본다. (가벼운 접근, 눈맞춤)

반응이 없다(79.6%)면, “여긴 석유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장비를 챙겨 즉시 이동한다.
반응이 온다(20.4%)면, 그때 비로소 채굴을 시도한다.


매력남은 도끼로 나무를 찍지만, 비호감남은 호미를 들고 있다. 호미로 안 넘어가는 거대한 나무(가능성 없는 대상)를 붙잡고 열 번, 백 번 찍어봤자 호미 날만 부러지고 시간만 버린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는 옛말은 틀렸다. 베이즈적 관점에서 수정하자면, “오를 수 있는지 찔러나 보고, 안 될 것 같으면 쳐다보지도 말고 튀어라”가 정답이다. 이것은 당신의 인내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시간과 감정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석유가 터질 확률이 그나마 높은 곳에 집중 투하하기 위한 철저한 경제적/수학적 선택이다. ‘안 될 놈’에게 요구되는 끈질김은 특정 대상에 대한 집착(스토킹)이 아니다. 탐색과 대상을 선정하는 끈질김이어야 한다.

매력남은 도끼를 들고 있다. 몇 번 찍으면 나무가 넘어간다. 하지만 비호감남은 호미를 들고 있다. 호미로 아름드리나무를 찍어봐야 날만 상한다.

안 될 놈의 알고리즘:

  1. 탐색한다. (눈을 맞추나?)
  2. 아니라면(79.6%) 즉시 폐기하고 다음 대상으로 넘어간다.
  3. 맞다면(20.4%) 시도한다.
  4. 거절당하면 즉시 손절하고 1번으로 돌아간다.

500번 탐색하고 102번 시도하려면 시간 낭비는 치명적이다. 한 번의 시도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도 안 된다. 어차피 실패 확률이 97%가 넘으니까.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고 기계적으로 다음 호미질을 할 나무를 찾아야 한다.

이것은 연애뿐만 아니라 사업, 투자, 구직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될 놈(고스펙/금수저)’이 아니라면, 하나의 목표에 올인하기보다 나를 받아줄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은 곳(틈새시장)을 찾아 다작(多作)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4. 왜 그녀는 화를 냈을까? (부록)

흔히 “여자는 급이 낮은 남자가 좋아한다고 하면 혐오감을 느낀다”는 속설이 있다. 나는 상호성의 원칙(누군가 나를 좋아하면 나도 호감이 생긴다)을 믿었기에 이 말을 의심했다. 하지만 베이즈 추정을 돌려보니 그 분노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여성의 무의식적 사고 과정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저 남자가 나에게 접근했다. (자신의 성공 확률을 계산했을 것이다.)
  2. 저 남자의 수준(사전 확률)은 객관적으로 매우 낮다. (호미 수준이다.)
  3. 그럼에도 나에게 들이댔다는 건, 나를 ‘호미로도 찍어 넘길 수 있는 쉬운 나무’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4. 모욕적이다!

그러니 ‘안 될 놈’들은 명심해야 한다. 거절당했을 때 질척거리는 것은 상대에게 “너는 내가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쉬운 산이야”라고 모욕을 주는 행위다.

깔끔하게 물러나서 다른 목표를 찾는 것. 그것이 나의 멘탈을 지키고,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수학적으로도 성공 확률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요약 및 결론

  1. 안 될 놈은 포기하면 편하다.
  2. 포기하기 싫다면 ‘될 놈’으로 진화(자기개발)하라.
  3. 그것도 싫다면 ‘통계적 틈새’를 노려라.

    • 성공 확률이 6배 높은 구간(20.4%)만 골라 공략하라.
    • 100번 시도하면 95%는 성공한다. (단, 멘탈은 강철이어야 한다.)
    • 한 번의 실패에 의미 두지 말고 기계적으로 다음을 탐색하라.

다소 비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나를 좋아할 만한 사람을 찾고,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을 찾는 것이 ‘안 될 놈’이 직면한 현실이다.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 말자. 3부에서는 이 처절한 호미질을 멈추고, 사전 확률 자체를 업데이트하여 스마트하게 확률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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